[박지은] 한국인의 새참, KBS예능
1. 서류전형
방송국 시험 전형 중 가장 중요한 단계가 서류전형이라 생각합니다. 면접관 분들은 지원자가 면접장에 들어오기도 전에 먼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지원자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또, 면접은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동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 끊임없이 휘몰아치지만 자기소개서는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문제를 미리 알려주고 문제에 답할 시간을 충분히 줍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시면 안 됩니다!
자기소개서에서 묻는 문항들은 다양합니다. 지원동기부터 시작해서 콘텐츠, 소속감, 포기, 창의력, 그리고 기획안. 그렇지만 그 다양한 문항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묻고 있는 건, 자기소개서라는 이름처럼 ‘너는 어떤 사람이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항들 그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기소개서에 ‘나의 어떤 모습들을 어떻게 포장해 보여줄까?’를 더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을 쭉 돌이켜보고, 삶의 단면들 중에 남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에피소드들을 골라내고, 그 에피소드를 통해 제 어떤 장점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글감들을 가장 적합한 문항에 맞추어 다듬는 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한 문항에는 하나의 에피소드만, 기승전결을 갖춘 작문을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중요한 건 각각의 문항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되, 그 다양한 모습들이 한 데 묶여 형성하는 ‘나만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 보다는, 그 에피소드들이 공통적으로 ‘소개’하는 ‘자기’가 있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그게 ‘악착같음, 깡, 끈기, 악바리 정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목적은 ‘서류전형 통과’가 아니라 ‘최종합격’이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에 쏟을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으시길 바랍니다.
2. 필기전형
예능PD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가장 어렵고 막막했던 단계가 필기전형이었습니다. 특히나 작문시험이 골칫거리였습니다. 시사교양과 방송학은 그래도 죽어라 공부를 하면 답을 적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작문은 당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어떤 글이 합격하는 잘 쓴 글이고, 내 작문 실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확신이 들지 않았을 때 제가 택한 방법은 ‘확신이 들 때까지 물어보기’였습니다. PD 준비를 하는 내내 자신감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하지만, 작문시험 준비에서만은 예외입니다. ‘내 글은 완벽해’라고 스스로를 믿는 순간 합격에선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작문 스터디에서 우선 초고를 써서 피드백을 받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글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우선 제 맘에 드는 글이 나왔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에 드는지 퇴고본을 스터디에 들고 가 피드백을 받았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재퇴고한 글을 퇴고 스터디에 들고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또 다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피드백을 반영하고 나서도 언니, 동생, 친한 친구들에게 제 글을 보여주면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다보면 ‘이 글은 누가봐도 잘 쓴 글이야!’라는 확신이 드는 글이 몇 개가 생깁니다. 그런 글들을 차곡차곡 모아뒀습니다.
시사교양 약술 준비는 매일매일 신문을 2시간씩 정독하며 시사용어들을 정리했습니다. 주요 일간지 5개와 미디어지를 2주마다 돌아가면서 읽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최신 시사용어 정리집도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매해서 꾸준히 외웠습니다. 방송학 약술 준비는 <방송학개론> 책과 <신문과 방송>, <방송작가>, <방송문화>, <방송문화연구> 등의 잡지를 읽으며 미디어 이슈와 키워드들을 정리하고 외웠습니다. 평소에 신문 스터디에서 미디어지를 꾸준히 읽어왔던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저도 공부 계획을 짤 땐 ‘시사교양 공부 시간’, ‘작문 퇴고 시간’, ‘방송학 공부 시간’처럼 카테고리를 나누었지만, 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공부하는 게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상식 공부의 경우 주된 목적은 물론 시사교양 약술 답안을 적는 것이겠지만, 시사상식이란 것이 결국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이지 않습니까? 신문에 나온 키워드들이 작문의 소재가 될 수도, 예능 프로그램 기획안의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어떤 글을 읽든, 어떤 방송을 보든, 어떤 경험을 하든. 끊임없이 눈과 귀와 머리를 활짝 열어두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면접전형
면접전형도 자기소개서와 마찬가지로 질문은 다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너는 어떤 사람이니?’를 묻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안 하나하나에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 보단 그 답안들을 통해서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KBS의 예능을 열심히 보고 모든 프로그램의 장단점과 개선안을 생각해보는 것, 타사 예능들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면접을 앞두고 제가 가장 오래 고민했던 건 ‘나는 왜 하필이면 예능PD가 되어야 하는가’ 였습니다. 그 답을 얻기 위해 제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봤습니다. 제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어떤 일에 몰입하는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모이는 지점이 바로 예능이었습니다. 꼬리의 꼬리를 물고 고민해보니, 저는 제 온 에너지를 쏟아 무언가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과 여운을 주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왜 예능PD인가’란 가장 어렵고도 가장 중요한 질문의 답을 정리하고 나니, 면접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리 불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답을 고민하다보면 면접장에서 나올 만 한 예상 질문들에 한 번 쯤은 생각이 거쳐 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생각들을 ‘나’, ‘나와 예능’, ‘예능과 사회’, ‘KBS 예능’, ‘공영방송 KBS’ 라는 카테고리로 나누어 큼지막한 답들을 정리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고, 내 장점과 단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고, 그 정리된 문장들을 설명할 수 있는 나만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연결해가면서 답안을 정리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실무면접 준비과정에서는 ‘왜 예능PD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점적이었던 반면, 최종면접 준비과정에서는 ‘왜 KBS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점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면접을 앞두고 주변의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날 예능PD로 뽑겠습니까?’라고 물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신기하게도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시기에 만난 사람들임에도 저를 뽑겠다는 이유, 뽑지 않겠다는 이유가 하나로 뭉쳤습니다. 저를 뽑겠다는 이유는 대개 ‘똑 부러지니까, 악착같으니까, 뭐든 열심히 하니까’였고, 뽑지 않겠다는 이유는 주로 ‘안 웃기니까’였습니다. 10분이라는 짧은 면접시간 동안 저의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려 노력하기 보다는, 오랜 시간 저를 봐온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제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어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안 웃긴다는 단점을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솔직하게 인정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뭐든 열심히 하겠다는 태도로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무면접도 최종면접도 제가 준비했던 질문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쉴 새 없는 압박면접 속에서 제가 집중했던 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처럼 보이면 뽑힐거야!’란 생각이었습니다.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보여주되 긍정적이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마치며
사실 저는 실무면접을 마친 그날 탈락을 확신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면접관 분들은 매순간 이미 예능PD로서 살고 있는 사람을 원하는 구나’였습니다. 뉴스를 볼 때도 ‘어머 저런 일이 있었네’를 생각하기 보단 ‘저걸로 이런 예능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사람, 책을 읽고 여가활동을 할 때도 끊임없이 예능을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 말입니다. 그러나 실무면접장에서 저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질 못했고, 그래서 떨어질 거라 확신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좌절하는 대신 저는 1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면접장에서 제 자신이 한없이 초라했던 것은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준비한 이야기를 교묘하게 꺼낼 수 있는 ‘연륜’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년 만에 연륜을 쌓긴 어려우니 다른 사람들의 연륜을 내 것으로 가져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매달 아버지와 단 둘이 술을 마시고, 내년 3월부터는 세 달간 전국 방방곡곡의 시골 장터들을 돌며 어르신들의 연륜을 훔쳐올 계획들을 세웠습니다.
최종면접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 예능 잘 만들 수 있겠어요?’란 물음에 ‘죄송합니다. 더 재밌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밖에 답하지 못한 제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원망을 계속하기보단 어렴풋하게 세웠던 계획들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걱정과 절망 속에서도 1년 뒤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던 건, 전형을 거칠수록 KBS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져갔기 때문입니다. 면접을 앞두고 정장을 사던 날, 옷가게 아주머니가 하신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예능PD 나오는 거예요? 우리 딸도 PD하고 싶어 하던데! 꼭 합격해요!” 실무면접날 면접 복장의 제게 청심환을 건네셨던 약사님의 말도 생생합니다. “1박2일에서 꼭 봤으면 좋겠다!” 최종면접날, 택시가 잡히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다 생애 첫 히치하이킹을 한 저를 태워주신 아저씨, 제게 무릎을 내어주신 아주머니의 얼굴도 선명합니다. “고마우면 꼭 합격해서 갚아요!”
그분들은 제 성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십니다. 그럼에도 그분들이 ‘한 번 보고 말’ 사이인 제게 그렇게 환히 웃으며 진심으로 응원하셨던 이유는, 공영방송 KBS는 그분들이 ‘평생을 봐 온,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을 보게 될’ 방송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분들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오랜 세월을 KBS와 함께 웃고, 울고, 호흡하며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방송 KBS에서 예능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시청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항상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생각하는, 감각 있고 생각 있는 예능PD가 되겠습니다! 지난 최종면접장에서 마지막에 했던 말로 이 긴 글을 끝내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꿈을 꾸는 여러분들의 앞날에도 밝은 빛이 빛나기를 바랍니다.
“저는 KBS의 예능은 한국인의 새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참은 상차림을 차리지 않아도,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때론 흙 묻은 손으로 감자알을 집어먹고, 때론 사발째 후루룩 들이 마시기도 하는 것이 바로 새참의 맛입니다. 이런 새참이 있었기에 우리 조상님들은 함께 흥을 나누고 다시 곡괭이를 쥘 힘을 얻었습니다. 예능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볍게 하하호호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예능이 있기에, 우리 한국인들은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KBS 예능’이라는 한국인의 새참을 전국의 TV앞까지 쪼르르 달려가 맛있게 전하는 막내딸이 꼭 되고 싶습니다
[최연수] 쿨하지 못해서 쿨하게!
자기소개서, 의외로 괜찮은 민낯.
‘이번엔 또 어떻게 다르게 나를 소개해야하나...’
벌써 4Go를 외치는 것이었기에, 더욱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잘 써야한단 마음이 커질수록 손가락은 꿈쩍을 않았습니다. 텅 빈 화면을 채우고자 KBS 드라마국을 향해 보냈던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자기소개서를 읽었습니다. 문득 아주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아, 맛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담겨진 내용과 문장들은 화려해졌는데, 정작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진 못했습니다. 바라보는 이까지 부담스럽게 만드는 과한 볼터치와 하이라이트, 기다랗고 촘촘한 속눈썹이 덕지덕지 엉겨 붙은 불편한 화장 느낌이랄까요. 예쁜데, 예쁘지가 않았습니다.
‘싹싹 지워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되겠지 저렇게 써도 괜찮을까 재고 따지고, 좀 더 그럴싸한 것들로 감싸고 덮는 일은 그만하자! 살면서 쓴 자기소개서 중 ‘가장 진솔하게’ 스스로를 내보였습니다. 이러저러한 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더라 하는 얘기들도 귓전에서 비우고, 어딘가에 말하고 싶었지만 쉬이 말하기 어려웠던 마음의 소리들까지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너무 날 것이라 생경하게 보일까 싶기도 했지만, 제출버튼을 누른 날엔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시원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내 민낯 의외로 괜찮네!!!!!!’
작문,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안 되는 건 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필기를 위해 바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을 이들에게 꼭 전하고픈 말입니다. 저 역시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듯 필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붙는 글을 쓰고자 합격본들을 구해 필사하고, 여기저기서 발췌한 좋은 문장들을 외고, 잘 쓰는 이들의 풍과 비슷한 글을 써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주변의 첨삭 또한 꼼꼼히 챙겼습니다. 서너 개의 스터디를 하고, 새 글을 쓰고 헌 글을 고치고, 타인의 환심을 사고자 고군분투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평균적으로 괜찮은 글들을 써내게 됐지만 어디서든 비슷한 평이 돌아왔습니다.
“잘 읽히고 잘은 쓰시는데, 좀 그래요. 뭐랄까, 진짜가 아닌 느낌이랄까...”
마음이 콕콕 쑤셨습니다. 애써 모른 척 했지만 사실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붙고 싶은 마음이 강해질수록 글을 쓰기보단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결코 즐겁지 않았던 나를 말입니다. 붙기 위해서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해선 안 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붙기 위한 글이 아니라, 웃기 위한 글을 쓰자!’
이후, 처음 드라마PD를 꿈꾸며 펜을 잡았던 그때처럼 다시 즐거워지기로 했습니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든, 남의 호불호에 대한 고민은 젖혀두고 ‘나의 호불호’를 생각했습니다. 내 생각, 내 이야기를 쓸 때면 입가에 절로 웃음이 퍼졌습니다. 그런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는 때가 많았습니다. “재밌네요! 공감도 되고!”
이번 필기시험장에서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웃으며’ 썼습니다. 그 어려운 필기전형을 뚫고 오를 수 있던 건, 스스로의 즐거움이 전해졌던 덕인 것 같습니다.
상식과 방송학, 벼락은 갑자기 쳐지지 않는다!
‘벼락치기도 어느 날, 갑자기, 그냥 되는 건 아니구나!’
쓰디쓴 좌절을 거듭 맛본 끝에 얻은 배움입니다. 언제 어디서 출제될지 모를 광범위한 시사상식과 날로 새로워지는 방송학의 경우, 저처럼 평범한 두뇌를 가진 이가 일주일 만에 뚝딱해내기엔 불가능했습니다.
시사상식은 꾸준한 ‘신문스터디’와 ‘상식스터디’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해당분량을 정리하고, 간단히 쪽지시험을 봤습니다. 매주 통달할 정도로 달달 외웠다 자신할 순 없지만, 벌금에 힘입어(?) 꽤 성실히 임했습니다. 덕분에 이번 시험 준비 때는 취합본을 볼 때에도 전보다 수월하게, 더 많은 양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방송학 역시 앞서 언급한 스터디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최신 미디어 관련 상식들은 대부분 신문스터디를 하며 한번쯤 접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전자신문’, ‘신문과 방송’, ‘블로터 뉴스’, ‘아이즈’ 등 또한 변화하는 미디어계를 파악하기에 유용했습니다. 방송학의 정석으로 여겨지는 ‘방송학개론’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했습니다. 정독 역시 서너 번 정도 했으나, 점차로 ‘기출문제유형을 분석해 부분공략’ 해갔습니다. 일례로 미디어 이론과 같이 책이 개정되어도 바뀌지 않는 부분은 꼼꼼하게 보되, 방송법이나 규정 등 변화하는 부분들은 ‘최신 미디어 관련 도서’ 혹은 ‘인터넷과 신문, 방송뉴스’ 등을 더 중점적으로 참고했습니다.
면접, 가장 나다울 때가 제일 호감일 때.
‘나에 대해 골몰하는 것’이 면접엔 가장 좋겠다, 경험 많은 지인들의 조언과 스스로의 고민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진실한 모습이라면 분명 통할 것이다’, 해주셨던 선배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분명 다른 이들 앞에서라면 어떤 이유로든 하지 못할 이야기들까지 털어놓아보자, 하는 생각으로 매일 같이 스스로 묻고 답했습니다. 나아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예상 질문지 덕분에 혼자선 부족했을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가까운 이들과 만나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눈 것도 보다 솔직한 모습을 마주하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꾸미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진심이 통한 것 같습니다. 두 번의 면접 모두 예상 밖의 질문들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최대한 솔직하게 평소 생각해왔던 이야기들, 마음들을 후회 없이 쏟고 가자’, 수없이 다짐한 덕인지 무척 떨리는 중에도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 노력이 곁에 닿았는지 심사위원님들께서도 경청해주시고, 대화를 주고받아 주셨습니다. 덕분에 긴장한 순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모든 전형이 끝난 후, 가장 나다운 모습이었기에 홀가분했고 또 한편으론 불안했습니다. 합격자 명단에서 수험번호를 찾자마자 눈물을 펑펑 쏟았던 건 그래서였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게 해주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준 곳이기에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그날의 벅참은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에필로그 그리고 다시 프롤로그, 쿨하지 못해서 쿨하게!
“진짜 쿨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게, 진짜 쿨한 거야.”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 영숙언니가 했던 말입니다. 드라마PD를 꿈꾸며 힘들고 아픈 때마다 이를 곱씹었습니다. 일희일비하지 마라, 누군가는 그랬지만 결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매달리고 또 매달렸습니다. 울기도 정말 많이 울고, 웃기도 참 많이 웃었습니다. 쿨하지 못한 나날들을 숱하게 보낸 끝에, KBS 신입사원이란 쿨한 영광을 안았습니다.
드라마PD 지망생 생활은 끝났지만 다시 시작임을 압니다. 진짜 드라마PD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더욱 쿨하지 못할 생각입니다. 드라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더 많이 매달리고, 울고 웃으며, 시청자의 마음을 덥힐 끝내주는(쿨한) 작품들을 꾸려가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출처:https://recruit.kbs.co.kr/board/recruitEpilogu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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