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일본 애니매이션 <원피스>의 대사로 유명한 이 물음에 대해 사람들은 각기 다른 대답을 생각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에게 잊혀졌을 때 죽는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죽는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 대답은 '내 자신이 뻔해질 때 죽는다' 이다.
뻔하다. 이는 다른 말로 지루하다로 풀이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뻔한 것은 정말 싫어했다. 뻔한 영화부터 시작해서 뻔한 취미까지. 난 평범한 것은 질색했다. 반전 영화를 어렸을 때부터 사랑했다. 2년간 거의 매일 영화를 보다보니 이젠 대부분 영화의 결말을 예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주변에서 다 타는 스키도 거부하고 혼자 스노우보드를 고집했다. 남들 다 하는 것을 따라하고 싶지 않았다. 나르시시즘에 빠졌던 것은 아니지만 '난 특별해'를 증명하고 싶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남들 다 하는 봉사활동, 양로원에 가거나 장애인 복지시설에 가서 억지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해비타트라는 사랑의 집 짓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대학교에 가서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학교 입학식 무대에서 3000명 앞에서 춤을 췄다. 나의 '특별함'을 증명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획일적인 사회의 색깔 속에서 튀는 나만의 색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런 색깔을 잃는다는 것. 즉 뻔해지는 것은 내 자신을 죽이는 행위이다.
PD가 되고싶은 이유. 큰 이유는 뻔한게 싫어서이다. 요즘 티비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뻔한 프로그램이 넘친다. 뻔한 드라마, 뻔한 예능. 웬만한 반전 영화의 결말도 마추는 나한테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뻔한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내 기준에 맞춰서 뻔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분명 대다수의 사람들도 뻔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같은 색깔로 칠해져 있는 프로그램 편성표에 색깔을 더하고 싶다. 상상도 못했던 반전 영화가 나에게 준 희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런 뻔하지 않은 뻔(Fun)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난 PD가 되고 싶다. 니체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태양은 비출 수 있는 대상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나 자신을 태양으로 비유하는 것은 억지스럽긴하나 난 나의 특별함을 혼자 지니고만 있으면 그 특별함이 '평범함'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특별함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묻고싶다. 내 프로그램이 '뻔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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