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멋쟁이 조지, 잘 나가는 만화 캐릭터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내 세상이 3일 뒤면 끝난다. 내 만화가 3일 뒤 저녁 6시 반에 종영하기 때문이다. 대략 1년 6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6시 반에 난 수많은 어린이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젠 끝이라니. 날 만들어낸 존스 작가는 차기작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 내가 얼마나 센티멘털 한지는 신경도 안 쓴다. 난 아직 사랑을 더 받고 싶다. 물론 이 만화가 언젠간 끝날 것이라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눈앞에 끝이 보이니까,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 아직 아이들에게 더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같은데. 아쉬움과 허탈함이 크다. 혹시 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 한가지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만화에 안 나오면, 결론이 날 수 없으니까 내 삶이 끝나는 것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익숙한 서부마을 배경을 떠나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내가 떠나있으면, 작가도 정신 차리고 종영시키지 않겠지. 그리고 만화의 결론이 바뀌었을 때, 그때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길을 떠난 나는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하였다. 폭포에서 다이빙하기, 하루 종일 과자 먹기, 강아지랑 하루 종일 뛰어놀기. 신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금요일 6시 반 멋쟁이 조지 방송 시간이었다. 괜스레 다리가 떨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땡땡이는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이것만 버티면 결론은 바뀌겠지 하며 꾹 참았다. 7시쯤 되었을까 귓가에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였다. 매주 즐거움만 줬던 아이들에게 슬픔을 주다니,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결론이 바뀌더라도 해피 엔딩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내게 남은 3일은 피해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난 허겁지겁 서부마을로 돌아가서 스크린 앞에 섰다. 울음을 그치고 방긋방긋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나는 돌아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 지금까지 줬던 즐거움을 슬픔으로 바꾸면서 3일 넘게 사는 것보단, 마지막까지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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