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어김없이 추운 날 아침, 길을 정신없이 걷다가 무심코 쳐다본 편의점 창문틀 끝에 얇은 고드름들이 매달려 있었다. 웬일로 올려다보지 않아도 될 곳에 고드름이 열렸나 의아했다. 일반적인 고드름이라면 높은 처마 밑에 매달려서 딸 엄두도 않났을텐데. 중력이 존재한다는 단적인 증거인 고드름. 적당한 날씨와 온도가 있어야 열리는 고드름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긴 힘들다. 누군가 다 없애버리는지. 맑고 빛나는 겨울의 샹들리에. 바라보기만 해도 어렸을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난 어렸을 때 참 고드름을 좋아했던 것 같다. 겨울이 오면 눈보다도 고드름 열리는 것을 더 기다렸을 만큼 고드름을 무척 사랑했다. 오죽했으면 가족들 사이에서 내 별명이 '고드름 사냥꾼'이었을까. 길을 걷다가 고드름이 보이면 아버지에게 고드름을 따달라고 징징댔었다. 왜 난 그렇게 고드름을 좋아했을까. 내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열리는 고드름은 어린 나에게 일종의 '동경'을 자아냈던 것이다. 유리 조각처럼 예쁜 고드름은 반짝거리는 거라면 소유하고 싶어 하는 꼬맹이의 욕심을 부추겼고 이런 욕심은 고드름을 향한 애정으로 변질되었다. 어쩌다 딸 수 있는 높이에 고드름이 열리면 그야말로 '땡잡은 날'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고드름을 딴 뒤, 동생과 고드름 칼싸움을 즐겼다. 세게 치면 부서질게 뻔했기 때문에 살살 칼싸움 시늉만 했었다. 실컷 가지고 논 뒤엔 부담 없이 땅에 버리고 갔다. 어차피 녹아서 자연으로 돌아갈 테니까. 고드름은 겨울이 나에게 선물해준 친환경 장난감이었다.


이런저런 고드름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을 하며 편의점 창문에 생긴 깨끗한 고드름을 따려는 순간, 뒤에서 아이들이 떠들면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겨울의 선물은 나에게 온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온 것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겨울이 주는 선물을 잘 받았을까 하고 그리고 살짝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고드름을 따서 신나게 칼싸움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15년 넘게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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