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루에 몇 분이나 걷는 것에 투자하는가? 집에 나와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10분? 버스 정류장까지 5분? 아마 그 정도일 것이다. 이제 외출한다고 할 때에는 산책을 한다기보단 친구들을 만난다는 뜻이 되어버렸다. 그마저도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걷는 시간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의 저자 프레데리크 그로는 현대인들에게 걸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걷는다는 것 


그에게 걷는다는 것은 평범한 운동이 아니다. 일반적인 스포츠라면 성적이나 점수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걷는 사람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걷는 것을 통해 우리는 제공물의 과잉과 편리함의 확대가 정말 종속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범한 산책이 아니라, 국토대장정과 같은 오래 걷는 여행을 떠날 때,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우린 꼭 필요한 물품만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이 내가 그것에 부여하는 것만큼의 현실성이나 중요성을 갖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던 외부적 관계를 모두 뒤에 놓고 길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순수한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고, 어린 시절을 만들어낸 삶의 소박한 즐거움 또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며칠 동안 계속 밖에서 걷다 보면 안과 밖의 구분이 애매해진다.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라, 이제 안정성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제 변하지 않는 외부 자연이 편안해지고, 오히려 변모하고 다양해지는 것은 '안'이 된다. 


걸음의 원칙


첫째, 급하게 걸어서는 안 된다. 천천히 걷는 날엔 하루가 긴 반면, 서두르면 하루가 허무하게 빨리 지나간다. 걷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 있는 것들이 우리 몸속에서 오래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천천히 주변을 '느끼면서' 걸어햐 한다. 둘째, 혼자 걸어야 한다. 혼자 걸으면 그에 따른 침묵이 생기고, 침묵 속에서 자신의 걸음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철학자들의 걷기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의 저자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걸음'에 대한 견해를 인용하여 걸음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니체

"우리는 책 사이에서만, 책을 읽어야만 비로소 사상으로 나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야외에서, 특히 길 자체가 사색을 열어주는 고독한 산이나 바닷가에서 생각하고, 걷고, 튀어 오르고, 산을 오르고, 춤추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다. "

아르튀르 랭보

"난 그저 걸어 다니는 사람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장 자크 루소

"걷기는 일체의 희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일체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존재의 절대적 단순성을 재발견하도록 해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나는 내가 보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든다." 

엠마누엘 칸트

"걷는 것은 단조롭고, 규칙적이며, 필연적이다.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쳤다. 평소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다 걸어보는 데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하고, 위험할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을 읽고 난 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걷기야말로 의미 있는 걷기이고 단조로운 걷기를 통해 껍데기 속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보고 싶어 졌다. 항상 내 어깨를 짓누르는 인생의 짐들을 내려놓고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챙겨서 훌쩍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다. 그리고 소박한 것에도 즐거워했던 내 어린 시절의 '영원성'을 만날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출처:내셔널 지오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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