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마녀사냥의 황량한 풍경 '더 헌트'


2013년 1월에 개봉한 <더 헌트>를 우연히 TV를 보다가 보게 되었다. 보통 악역으로 많이 기억되는 매즈 미켈슨이 주연을 맡은 덴마크 영화인데, 한 남자의 인생이 '마녀사냥'으로 인해 망가지는 과정을 답답하리만큼 생생히 그려낸 영화이다. 매즈 미켈슨은 이 영화로 2012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혼을 한 후, 고향으로 내려온 루카스(매즈 미켈슨)는 유치원 교사를 하며 아들과 여자 친구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려고 한다.  그에게는 절친 테오가 있었는데, 혈기왕성한 아들 토스튼과 유치원생 딸 클라라를 갖고 있었다.  클라라는 루카스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루카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루카스가 이를 거절하자, 실연(?) 당한 아픔으로 루카스의 유치원 원장에게 루카스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원장은 혐의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변에 이런 사건을 알려서 루카스를 아동 성애자 범죄자로 몰았다. 경찰에 잡혀갔던 루카스가 무죄로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루카스가 성추행범이라고 수군대고, 집 창문을 돌로 박살 내는 등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더 헌트>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요즘 많이 표면 위로 떠오르는 '무고죄'이다.

무고죄(誣告罪)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이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되는 대한민국의 범죄를 말한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현중, 이진욱, 박유천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인해 고통받고, 무혐의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견디고 살아야 한다. 언론은 이들 연예인에게서 약간의 '연기'만 나도 기사를 몇 백개씩 뿌려댄다. 그리고 무죄임이 밝혀졌을 땐 이미 빨아먹을 수 있는 단물이 다 빠졌다고 생각하고 기사도 별로 안 낸다. 진실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연예인들을 범죄자로 몰고 매장시키려는 '마녀사냥'이 너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벌어지고 있다.  


사냥감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만약 우리가 길을 걷고 있는데, 한 여자아이가 "저 사람이 저를 만졌어요!"라고 소리친다면, 과연 우린 어떻게 될까. 일단 경찰서에 끌려갈 테고 오랜 시간 동안 조사를 받을 것이다. 운이 나쁘면 잡혀가는 과정에서 사진이 찍혀 '아동 성추행범'으로 SNS에서 얼굴이 돌아다닐 수도 있다. 분명 우린 사실이 아니다. 성추행했다는 것은 오해였다,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뿐이다. 결국 오랜 기간 동안 우린 아동 성추행범으로 낙인찍힐 테고,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 애인, 친구, 직장 모두 잃을 것이다. 그저 물어뜯기 좋아하는 네티즌들에게 우린 먹기 좋은 사냥감일 테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태도'

당신은 과연 '사냥감'일까 아니면 '사냥꾼'일까. 몇 년 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타진요' 카페의 회원들도 당신들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연예인의 혐의만 보고 쉽게 범죄자라고 단정 지은 적이 있다면 당신도 마녀사냥의 가해자였던 것이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진실을 부정하고 거짓을 믿으려는 사람들 조차 왕왕 찾아볼 수 있다. 질 낮은 정보의 유통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태도는 언론에 대한 '비판적 태도'이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는 행위는 무고할 수도 있는 한 사람에 대한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더 헌트>는 한 남자가 마녀사냥을 당해서 인생을 잃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그리면서, 우리 또한 저런 마녀사냥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한 사람에 대한 집단적인 판단이 그 사람을 파멸로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중심리의 위험함과 그런 군중심리가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비판적 태도'를 통해 우린 항상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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